# 이해인 2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시인- 이해인.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 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감사합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바다 내음 풍겨 오는 푸른 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창문을 열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나무를 향해 한결같은 참을성과 고요함을 지닐 것 이라고 푸른 목소리로 다짐합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나는 게으르게 뒤처지는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후회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둥근 해님이 환한 얼굴로 웃으라고 웃으라고 나를 재촉합니다. 너무도 눈부신 햇살에 나는 눈을 못 뜨고 해님이 지어주는 기쁨의 새 옷 한 벌 우울하고 초조해서 떨고 있는 불쌍한 나에게 입혀줍니다. 노여움을 오래 품지 않는 온유함과 용서에 더디지 않은 겸손과 감사의 인사를 미루지 않는 슬기를 청하며 촛불을 켜는 새해 아침 나의 첫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