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향기/◈고분님의 향기

고분님의 귀로

수정산 2022. 11. 24. 09:05

어느 돌담 울 안에

햇볕 한 자락 못다 마련한

희한에 서려

푸릇푸룻 멍든 가슴

이제

이만큼

이정도 다시 세우고

하늘을 향하면 

스며드는 아픔은

하늘을 가린 한 주먹 고집임이야.

 

어느 한 강가에서

당신을 사랑하기보다

나만을 이야기 하기에

급급했던 나는

나룻배 타고

바람 따라 물살 따라

꼬박 한 해를 보내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노을빛 흐르는 강어귀에 닻을 내린다.

 

황토흙 두 줄 마찻길 따라가노라면

저만치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낯익은 마을

감꽃 집집마다 떨어지던 고향마을

동구 밖 강물에선 여전히 유년의 물놀이

강바람의 펄럭이던 외할머니 물빛 치마에

울컥 토해내는 울음 같은

그리움

저녁노을 위에 흐른다.

 

해저물녘 

켜켜로 얼룩진 세월의 틀에 서서

주먹 쥔 손 안 버거운 고집덩이

풀풀 하나씩 강바람에 날려 

저녁연기 피어오른다

 

푸릇푸릇 멍든 매듭마다 빛살 꽂혀

돌담 울 안마다 노을빛 넘쳐 흘러

화안하게 밝아지는 고향마을

나그네의 귀로

이제야 옷깃 여미고 당신을 사랑함은

당신 앞에 서도 부끄러움 없는 귀향.

~* 고옥분 포토에세이 *~

{외할머니의 사진첩} 중에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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