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향기/◈고분님의 향기

고분님의/ 귀로

수정산 2019. 3. 18. 11:35


* 귀로 *


어느 돌담 울 안에 

햇볕 한 자락 못다 마련한 

희한이 서려

푸릇푸릇 멍든 가슴

이제

이만쯤

이정표 다시 세우고

하늘을 향하면

스며드는 아픔은 

하늘을 가린 한 주먹 고집임이야

어느 안개 낀 강가에서

당신을 사랑하기보다

나만을 이야기하기에

급급했던 나는

나룻배타고

바람 따라 물살 따라

꼬박 한 해를 보내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노을빛 흐르는 강어귀에 닻을 내린다.

황토흙 두 줄 마찻길 따라 가노라면

저만치 

저녁 연기 피어 오르는 낯익은 마을

감꽃 집집마다 떨어지던 고향 마을

동구 밖 강물에선 여전한 유년의 물놀이

강바람에 펄럭이던 외할머니의 물빛 치마에

울컥 토해 내는 울음 같은

그리움

저녁노을 위에 흐른다.

해저물녘

켜켜로 얼룩진 세월의 뜰에 서서

주먹 쥔 손 안 버거운 고집덩이

풀풀 하나씩 강바람에 날려

저녁연기 피어오른다.

푸릇푸릇 멍든 매듭마다 빛살 꽃혀

돌담 울 안에다 노을빛 넘쳐 흘러

화안하게 밝아지는 고향마을

나그네의 귀로

이제야 옷깃 여미고 당신을 사랑함은

당신 앞에 서도 부끄러움 없는 귀향.

글: 고옥분님의 * 외할머니의 사진첩 * 에서

사진: 고옥분님으로부터 전송받아 옮겨적다.





2019. 03. 18. 월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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