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에서 배우다
이 가을 들어 나는
빈 그릇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서쪽 창문 아래 조그만 항아리와
과반을 두고 벽에 기대어
이만치서 바라본다.
며칠 전에 항아리에 들꽃을 꽂아 보았더니
항아리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
빈 항아리라야 무한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텅 빈 항아리와
아무것도 올려 있지 않은
빈 과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어느새 텅 비게 된다.
무념무상,무엇인가를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의 이 충만감을
진공묘유 (眞空妙有) 라고 하던가.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빈 그릇에서 배운다.
- * 법정스님 *-
'붓다의향기 > ◈ 법정스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정스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0) | 2017.11.07 |
---|---|
170922: 도반 (0) | 2017.09.22 |
마음은 하나 (0) | 2017.09.10 |
수류화개(水流花開) (0) | 2017.09.09 |
스스로 행복한 사람 (0) | 2017.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