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잖아 네가 말했잖아 "
있잖아
네가 말했잖아
모든 것은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라고
산모퉁이 돌아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산모퉁이 돌아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그렇게 어어이 어어이 부르며 함께 놀랬잖아
너와 나 사이에 출근 길 새까만 새떼들이 앉아있는
전깃줄 같은 금을 긋지 말랬잖아
있잖아
네가 말했잖아
아플때는 아프다고
기쁠때는 기쁘다고
그래서 네 아픔이 내 아픔으로 새처럼 쪼아질 날
그날에 진정 사해동포를 껴안을 수 있음을
황혼역 들판에서 냉금냉금 뛰어 놀 수 있음을
있잖아
네가 말했잖아
너 왜 그래? 그렇게 따지지 말라고
그저 두 손 벌려 느티나무 무성한 숲의 그늘이 되라고
바람 불면 한들한들 나뭇잎 흔들어
속마음 비워내 노랗게 가을물 들 때까지
서투른 촉각으로 미리 겁내어
병든 나뭇잎 되지 말라고
있잖아
네가 말했잖아
그저 눈감아 주는 것
늙은이의 눈꼽 같은 세월의 부피도
입내 나는 시장 아줌마의 잔돈푼 아끼는 속임수도
군복 입었던 아저씨의 계급장 같은 뒤안길도
이제는 한 마리 비들기가 떨구어 놓은 깃털
지는 해의 빗살 받아 눈 감을 수 있음을
있잖아
네가 말했잖아
산모퉁이 돌면 졸졸졸 이끼 낀 바위 틈 사이로
맑은 물 흐르는 모짜르트의 2 악장에 취할 수 있음을
나뭇잎 떨구어 낸 겨울나무 숲처럼
그렇게 빈 마음 빈 영혼되어
다시 돌아서는 산 모퉁이 길
거기 예수가 기다린다고
네가 한 말이 실은 예수가 한 말이라고
글. 고옥분님의
외할머니의 사진첩 중에서~~
사진. 울 육남매 여행길에서~~
2018. 11. 20. 화욜. 옮겨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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