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향기/◈고분님의 향기

고분님의 * 바람은 때로 *

수정산 2019. 7. 11. 12:12

   

   바람은 때로 수천 수만의 햇살 불러 

   반짝이는 정오의 은빛 강물 희롱하네

   손 안 가득 햇살 담은 물

   두레박처럼 퍼올리고 싶어지는

   "머무르고 싶을 때 머물라" 하네

   바람은 때로 너무 긴 시간 머무르고만 싶은 

   가장 익숙한 것에서 맴돌 때

   그 때 떠나라고 하네

   당신의 고정관념에 길들여진 고정 관념을 버리라 하네

   가볍게 훌 훌 허물 벗어 한마리

   "제왕나비처럼 떠나라" 하네

   그 때 나뭇잎들은 바람의 언어에 귀를 기울리며 

   마지막 곱게 단장한 채색 옷들 벗어놓고

   미련없이 떠나네

   곱디고운 제왕나비 그들 따라 무리 지어

   수천 km 장거리 여행을 떠나네

   대탈출 반역을 저지르네



   

   바람은 때로 한여름 숲에서 한들거리다가

   새로이 장지믄 열어 바람이 바람을 불렀다네

   그날 바람이 영혼의 날개 하나 달아 주었네

   그 하늘하늘한 주홍빛 날개 위에

   까만 햇살 무늬 훈장처럼 달아 주었네

   올올이 세미한 명주 주홍빛 옷섶 위에

   하얀 물방울무늬 별빛처럼 총총이 달아 주었네

   오랜 세월 고지 속에

   오두막 속에 웅크려 있던 영혼의 날개

   두려움으로 떨리는 기쁨으로

   낯선 곳의 비행을 음즉음즉 날개 퍼득이며 연습을하네

   꽃그늘 아래 숨죽이며 그날을 기다리네

   



   바람은 때로 " 내려놓음" 을 배우라 하네

   줄줄이 과실 매단 나뭇가지 구부러짐 또한 배우라 하네

   " 예쁜 이름" 하나 달기 버리라 하네

   " 발간 훈장" 하나 달기 버리라 하네

   겨울 대나무 숲에서 사각사각 읊조리는 

   나뭇잎들이 바람소리 들으라 하네

   속 마음 다 바람에 풀풀풀 풀어내어 

   텅 빈 대나무 속을 배우라 하네

   빈 나무 속 싸운드 박스 하나 만들라 하네

   바람은 때로 노랗게 뜬 묶은 솔잎들 솔솔솔 날리는 

   그 가벼움을 배우라 하네

   가벼움 속에 숨어 있는 

   푸름 청정 무거움의 내재율 배우라 하네.



   

   

   <글 > 고분님/ 외할머니의 사진첩에서

   <사진>수정산/ 설악산 산행중에


   2019. 07. 11. 목욜. 옮겨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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