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향기/◈고분님의 향기

배롱나무의 그해 겨울

수정산 2021. 7. 30. 17:53

알알이 봄을 기다리며

 

적설- 그 휘어진 가지마다

 

배롱나무의 겨울

 

배롱나무 가지에 영롱한 고드름

 

알알이 봄을 기다리며

 

우리 집 720번지 현관 앞에도

 

내 잔이 넘치나이다.

 

<감성 사진 일기>

좀처럼 눈을 만나기 어려운 NC에 소담스럽게 눈이 내려 쌓였다.

여름에는 화씨 100도가 넘고 겨울에도 춥지 않아 은퇴 인구가

이곳으로 몰려든다는 정도로 따듯한 겨울이 이어졌다.

오늘 드디어 자고 일어나니 온통 세상이 하얗게 바뀌었다.

사흘 동안만 백설의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기를, 존재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현관 밖으로 나갔다. 푹푹 발자국을 내면서

배롱나무 가지마다 소복히 쌓인 설경 곳곳에 포커스를 맞추며 즐거웠다.

사라짐의 가벼움 뒤에 순간 포착으로 영원히 남아있는 할머니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눈은 곧 사라지지만 내 아이들이 믿음의 씨앗 하나 뿌리

깊게 내려져 봄이 되면 새롭게 싹이 트고 꽃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