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향기/◈고분님의 향기

高玉芬님의: 길 위에서

수정산 2021. 4. 22. 20:02

육십년 지기지우(知己知友) 친구여,

이 아침 당신의 묵 향기나는 붓글씨 앞에 묵상하듯 오랜 세월을 뒤돌아봅니다.

고옥분(高玉芬)의 이름이 새날을 밝히고 이웃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새아침을

열어가는 아름다운 꽃 등이 되라는 은유, 축배의 잔 새삼 가슴 뭉쿨하게 다가섭니다.

오랜 세월 세필로 성경 신약의 말씀을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옮겨 써 두꺼운 책으로

엮어 아들과 딸에게 각각 말씀을 남겨준 그 저력과 인내와 온유와 하나님 사랑을

새삼 읽습니다.

온전히 국가에서 기성회비 면제되는 국립사범대학을 졸업하여 평생을 교직자로

어려움 없이 살게 해주셨다는 하나님의 은혜 그대로 되돌려 드린다는 당신의 뜻은

거금 3천만원이라는 장학금을 어려운 우리 과 후배들에게 전하였습니다.

매년 음력설만 되면 이국땅 객지에서 얼마나 고향이 그립겠느냐고 6개의 박스가

들어있는 그 무거운 김 박스를 보내면서 아들 딸과 나누어 먹으라던 그 세심한 우의

앞에 울컥하던 기억이 겹칩니다. 대학시절 우산을 쓰고 성북동 산 속을 거닐며 한없이

이야기에 빠져 걷던 세월의 한 컷이 슬며시 끼어듭니다.

당신은 씩씩하고 활달하여 늘 웃음을 매달고 남의 아픈 곳을 말 한마디로 홈런을

날려버리는 귀한 친구입니다. 처녀작 <외할머니의 사진첩>을 발표하면서 나의 책이

또 하나의 '등불과 꽃등'이 되기를 꿈꾸게 해준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