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향기/◈ 법정스님 향기

빈 그릇에서 배우다

수정산 2017. 9. 19. 21:08

빈 그릇에서 배우다


이 가을 들어 나는 

빈 그릇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서쪽 창문 아래 조그만 항아리와

과반을 두고 벽에 기대어

이만치서 바라본다.



며칠 전에 항아리에 들꽃을 꽂아 보았더니

항아리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

빈 항아리라야 무한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텅 빈 항아리와 

아무것도 올려 있지 않은 

빈 과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어느새 텅 비게 된다.



무념무상,무엇인가를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의 이 충만감을 

진공묘유 (眞空妙有) 라고 하던가.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빈 그릇에서 배운다.


- * 법정스님  *-

'붓다의향기 > ◈ 법정스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정스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0) 2017.11.07
170922: 도반  (0) 2017.09.22
마음은 하나  (0) 2017.09.10
수류화개(水流花開)  (0) 2017.09.09
스스로 행복한 사람  (0) 201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