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유년의 뜨락에는 꽃과 외할머니와 아름다운 색실로 수놓은 골무가 있었다. 막내 이모가 시집 갈 즈음 외할머니는 온갖 색실로 비단 헝겊에 수를 놓으시며 막무가내로 바느질을 하지 않겠다는 이모를 설득하여 호롱불 아래에 이모를 앉으셨다.
노란 비단에는 자주빛 색실로, 연두빛 비단에는 홍매화 빛 색실로, 도라지꽃 비단에는 샛노란 색실로 수를 놓아 무명 헝겊에 풀칠을 하시고는 그 위에 수놓은 비단을 조심스럽게 무릎 위에 놓인 다리미판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으셨다.



외할머니 앞에는 늘 놋쇠로 만든 화롯불이 있었다 외할머니는 화로 속에 넣어둔 작은 인두를 꺼내시곤 뺨에 한 번 갖다 대시곤 풀칠한 헝겊 위를 또 한 번 조심스럽게 다림질을 하셨다. 본을 뜨시고 오려서 두개의 본을 마주대고 다른 색실로 예쁘게 꿰메어 하나의 골무가 완성딜 때마다 외할머니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꽃잎처럼 열어가시곤 하였다. 


- 중략 -
이제는 외할머니도 어머니도 이모님도 떠나간 낯선 이국땅에서
외할머니께서 고운 빛의 골무 만들기에 몰입하셨던 그 열정을 물려받아 여기저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사진> 고분님으로 부터 메일 전해 받음.
글: 고옥분 님의
" 외할머니의 사진첩 에서 "
2019. 09. 10.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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