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향기/◈고분님의 향기

* 내 유년의 뜨락에는 *

수정산 2019. 9. 10. 17:07




   내 유년의 뜨락에는 꽃과 외할머니와 아름다운 색실로 수놓은 골무가 있었다.

   막내 이모가 시집 갈 즈음 외할머니는 온갖 색실로 비단 헝겊에 수를 놓으시며

   막무가내로 바느질을 하지 않겠다는 이모를 설득하여 

   호롱불 아래에 이모를 앉으셨다.


   노란 비단에는 자주빛 색실로, 연두빛 비단에는 홍매화 빛 색실로, 

   도라지꽃 비단에는 샛노란 색실로 수를 놓아 무명 헝겊에 풀칠을 하시고는 그 위에

   수놓은 비단을 조심스럽게 무릎 위에 놓인 다리미판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으셨다.





   외할머니 앞에는 늘 놋쇠로 만든 화롯불이 있었다

   외할머니는 화로 속에 넣어둔 작은 인두를 꺼내시곤 뺨에 한 번 갖다 대시곤 

   풀칠한 헝겊 위를 또 한 번 조심스럽게 다림질을 하셨다.

   본을 뜨시고 오려서 두개의 본을 마주대고 다른 색실로 예쁘게 꿰메어 하나의

   골무가 완성딜 때마다 외할머니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꽃잎처럼 열어가시곤 하였다.

 



   

    - 중략 -


    이제는 외할머니도 어머니도 이모님도 떠나간 낯선 이국땅에서 

   외할머니께서 고운 빛의 골무 만들기에 몰입하셨던 그 열정을 물려받아

   여기저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사진> 고분님으로 부터 메일 전해 받음.


     글: 고옥분 님의                               

    " 외할머니의 사진첩 에서 " 


    2019. 09. 10.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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