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경 2

친구의 자리

어른이 될수록 친구는 결코 가장 앞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뚜렷이 느끼게 된다. 결국 가족이 우선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뒷자리로 밀려나는 것이 친구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을 잃었을 때 나를 다독여주던 존재는 분명 친구였고, 가족을 떠나보냈을 때 가만히 품을 내주던 존재 또한 친구였다. 그래, 친구란 그런 것이다. 서로의 마음에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지 않아도 주어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것. 때로는 뒷자리로 밀려나더라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것. 거창한 무엇을 기대하지 않고 내가 가장 우선이길 바라지도 않는, 그토록 편안한 모습으로, 어떠한 부담도 안겨주지 않은 채 삶의 길목에서 언제든 찾아와 쉴 수 있는 벤치가 되어주는 것. 그러므로 '우리..

좋은 인연

좋은 인연이란 자신의 색을 강요하지 않는다. 같은 색을 품고 함께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각자의 색을 존중하고 그 색을 더 멋지게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서로를 복돋운다. 그리고 어느새 그렇게 만들어진 각자의 색이 서로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어 혼자서는 만들어내지 못했을 새로운 색깔이 나를 만든다. 그렇게 새로이 만들어진 나만의 색깔이 문득 아름답다, 여겨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좋은 인연이라고 부른다. "당신이라는 기적" 중에서/ 정한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