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페허도 가눌 줄 안다.
내 한 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낮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앞에
내미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 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랑의 이름들.
그 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 이기철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