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솔 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
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
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이문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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